[명작 전래동화] 헬조선 멘토와 햇님 달님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구로디지털단지 가리오타워에 작은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이 사무실에는 사이 좋은 시니어 개발자, 주니어 개발자와 마음 착한 대표가 창업의 꿈을 꾸며 개인사업자의 신분으로 외주를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정부에서 주관하여 열리는 창업 경진대회에 참여하러, 대표는 새벽부터 길을 나섰습니다. 대표는 구로디지털단지를 나서며 시니어 개발자에게 말했습니다.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법인 설립 자금을 마련해 법인을 설립하고 돌아올 테니 둘이서 잘 지내고 있거라.”

개발자들은 창업경진대회에서 열심히 발표하고 있을 대표를 생각하며 대표가 전달해 준 기능 명세서와 User flow 문서를 훑어보며 DB 테이블을 만들고 ERD를 설계하면서 하루종일 열심히 코딩하였습니다.

창업경진대회에 참석하여 열띤 발표를 하던 대표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마지막 피칭을 끝낼 수 있었고, 결국 1등 상금으로 창업 지원금 5,000만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표는 양복 입은 아저씨들과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친김에 그 자리에서 창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법인 설립을 마치고,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0,000개 발행한 뒤 광주리에 담았습니다. 그렇게 대표는 테헤란로의 삐까뻔적한 빌딩에서 나와 다시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사이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대표가 집으로 향할 때는 호랑이가 나올 만큼 캄캄하게 어두워진 뒤였습니다. 희미한 별빛을 따라 사무실로 돌아오던 대표가 강남대로에 도착했을 때 집채만 한 호랑이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 벌벌 떨고 있는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그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뭐요?”

대표는 떨면서 대답했습니다.

“방금 설립한 우리 회사 주식이다”

그러자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나는 과거 많은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지금은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개쩌는 스타트업 멘토입니다. 그 지분 10%만 받아봅시다. 그럼 내가 당신 회사의 고문이 되어서 나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겠습니다. 제로 투 원은 훌륭한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대신 내 눈 밖에 나면 쉽지 않을 겁니다. 누굴 성공시키는 건 어려워도 망하게 하는 건 쉬우니까요.”

대표는 바구니를 내려 지분을 던져주었습니다. 던져준 지분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호랑이는 낼름 받아먹고는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호랑이가 사라지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표는 걸음을 재촉해 얼른 집으로 향했습니다.

대표가 방배역 사거리에 도착해서 길을 건너려는데 호랑이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자본금 5,000만 원은 금방 없어질 터인데 내가 기술 보증기금 받는 법을 컨설팅해주겠소. 저기 보이는 서초 기보에 나랑 친한 사람이 많이 있소. 기보를 받으면 덤으로 벤처인증을 받을 수 있고 연구소 설립, 병역특례업체 선정 시 가산점이 있다오. 지분 10%만 주면 도와주겠소.” 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표가 다시 지분을 던져주자 호랑이는 받아먹고는 어디론가 또 사라졌습니다. 대표는 다시 호랑이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힘껏 달렸습니다. 사당사거리에 다다르자 다시 그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호랑이는 또다시 “서비스의 Feature는 좋은데 마케팅 전략이 부재하구려. SNS/MCN/바이럴/옴니채널/PR 분야를 다 잘하는 아주 훌륭한 마케팅 전문 에이젼씨가 이 근처에 있는데 내가 그 회사 대표랑 아주 친하오. 지분 10%를 주면 업무협약을 맺고 열심히 서비스를 홍보해주겠소.”

대표는 하는 수 없이 호랑이에게 지분 10%를 더 던져주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대표는 신대방사거리에 도착하여 저 멀리 구로디지털단지가 보이자 안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또 나타나 “현재 멤버인 상태로 비슷한 서비스를 대기업에서 따라 하면 바로 망한다. 그러지 말고 나에게 21% 지분을 넘겨 내 지분을 51%로 만들고 대표이사로 선임하거라. 나의 능력으로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켜 너네를 엑시트 시키고 우리가 모두 win-win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대표는 “이제 우리 개발자들에게 줄 지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남은 지분을 다 뺐고 대표까지 잡아먹고 그 옷을 입어 대표처럼 꾸몄습니다.

—- 중략 —-

빌딩 꼭대기 층에 올라간 시니어 개발자와 주니어 개발자가 도망갈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시니어 개발자와 주니어 개발자는 손을 맞잡고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이 호랑이로부터 우리를 살리시려거든 저희에게 헬조선을 탈출할 수 있는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혹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저희에게 주세요.”

두 개발자는 Linkedin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헬조선을 탈출했습니다.

호랑이는 분이 났습니다. 그래서 신에게 개발자들과 똑같이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저를 살리시려거든 튼튼한 동아줄을 주시고, 죽이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주세요.”

이번에도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냉큼 이 동아줄을 붙잡고 헬조선을 탈출하여 국제적으로 해먹으려던 호랑이는 그만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호랑이는 결국 지온공국에 떨어져 날카로운 자쿠의 뿔에 찔려 죽고 말았습니다. 그때 붉은 물이 든 지휘관용 자쿠2호는 지금까지도 붉은색이 없어지지 않고 있으며 3배 빠릅니다.

한편, 동아줄을 타고 올라간 시니어 개발자는 Sun Microsystems에 스카우트되어 높은 연봉을 받는 Dev Ops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니어 개발자는 GE Lunar Corporation에 스카우트되어 촉망받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원문: limyoungjoo.com

[명작 전래동화] 헬조선 멘토와 햇님 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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